
이번 추천은 단순하다. 이미 알고있고 많은 사람들이 봤지만 다시 봐도 너무너무 재밌는 영화를 추천하려고 한다.
이번에는 그런 기준으로 골랐다. 장르도 분위기도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보고 있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할 틈이 별로 없다. <파묘>, <서울의 봄>, <범죄도시4>다. 실제로 <파묘>와 <범죄도시4>는 2024년 상반기 나란히 천만 관객을 넘겼고, <서울의 봄> 역시 1,300만 명 이상을 동원했다. 그냥 유명해서 고른 세 편이라기보다는 대중성이 확실히 검증된 영화들이다.
파묘 – 무서운 영화인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계속 생각난다
일단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봤을것이다. 나 같은경우는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관 앞 카페에서 결론에 대해서 열띈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난다.
<파묘>는 처음 봤을 때 느낌이 좀 독특했다. 나는 오컬트 영화를 꽤 좋아하는 편인데, 보통 이 장르는 귀신이 언제 튀어나올지 기다리는 시간이 절반이다. 그런데 <파묘>는 조금 다르다. 시작부터 분위기가 굉장히 찝찝하다. 김고은과 이도현이 등장하고 최민식, 유해진까지 합류하면서 묘 하나를 파기 시작하는데,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계속 “아니, 그냥 그 무덤 건드리지 말라고…”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초반부가 정말 좋았다. 굿 장면이나 묘를 파는 과정에서 한국적인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데, 흔히 보던 서양식 오컬트와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십자가 들고 악령과 싸우는 영화에 익숙하다가 갑자기 풍수와 무속, 묘가 등장하니까 묘하게 현실적인 공포가 생긴다. 실제 관객 리뷰에서도 긴 러닝타임에도 몰입감이 좋았다는 반응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한국 오컬트 영화 최초의 천만 영화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보다 초중반을 더 좋아한다. 뒤로 갈수록 영화의 성격이 조금 달라지는데 여기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어? 영화가 이쪽으로 간다고?’ 싶었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오히려 그 이상한 맛 때문에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김고은 연기는 진짜 좋다. 특히 굿 장면에서는 배우가 연기한다는 느낌보다 그냥 화림이라는 사람이 저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밤에 혼자 보면 무서울 수 있는데 이상하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끄기는 더 어렵다.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사람에게도 한번 권해볼 만한 오컬트 영화다.
서울의 봄 –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심장이 답답해진다
이 영화는 이미 알고 있는 역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다.
두 번째는 <서울의 봄>이다. 이 영화의 가장 무서운 점은 관객 대부분이 결말을 알고 시작한다는 것이다. 누가 이기는지도 알고, 결국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속으로 계속 “이번에는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있다.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과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을 중심으로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다. 처음에는 인물도 많고 군부대 이름도 계속 나와서 조금 정신없을 수 있다. 그런데 판이 깔리고 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전화 한 통, 병력 이동 하나에도 긴장감이 생긴다.
나는 특히 중반 이후부터 정말 답답했다. 영화가 재미없어서 답답한 게 아니다. 너무 몰입돼서 답답하다. ‘저걸 왜 못 막지?’ 싶다가도 당시 상황을 보면 이해가 되고, 그러다 또 화가 난다. OTT로 보다가 중간에 화장실 한번 갔다 오기도 애매한 영화다.
황정민 연기도 강렬하다. 처음에는 익숙한 황정민 얼굴인데 조금 지나면 배우가 잘 안 보인다. 말투와 표정, 웃는 모습까지 사람을 묘하게 불편하게 만든다. 반대편의 정우성은 상당히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는데 두 사람의 온도 차이가 영화의 긴장을 더 키운다.
액션영화처럼 총격전이 계속되는 작품도 아닌데 두 시간 넘게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세 편 중 다시 봤을 때 가장 많은 게 보이는 영화였다.
범죄도시4 – 아는 맛인데 이 집은 그걸 너무 잘한다
마지막은 <범죄도시4>.
솔직히 이쯤 되면 설명이 필요 없는 시리즈다. 마석도가 나오고, 나쁜 놈이 나오고, 우리가 기다리는 순간이 오면 주먹이 날아간다. 문제는 네 번째 작품인데도 그게 여전히 재미있다는 거다.
이번 작품에서는 김무열이 백창기 역을 맡는다. 개인적으로 범죄도시 시리즈의 재미 절반은 빌런이라고 생각하는데 백창기는 상당히 괜찮았다. 장첸이나 강해상처럼 대사와 광기로 압도하는 타입보다는 훨씬 건조하고 빠르다.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오는 인물이라 액션 장면의 느낌도 조금 다르다.
마동석의 액션은 이제 거의 하나의 장르가 된 느낌이다. 상대방은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데 마석도가 한 대 치는 순간 게임이 끝난다. 그런데 관객도 그걸 알고 기다린다. 그래서 결정적인 순간 주먹이 제대로 들어가면 속이 시원하다.
물론 네 편째라 익숙한 공식이 보인다. 실제 당시 관객 반응에서도 기존 시리즈의 드립이나 전개가 익숙하다는 평가와 그래도 재미있다는 평가가 함께 나왔다. 나 역시 신선함만 따지면 1편을 이기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래도 저녁 먹고 머리 복잡한 날 틀어놓기에는 이만한 영화가 별로 없다. 어려운 해석도 필요 없고 복선 정리 영상을 찾아볼 필요도 없다. 마석도가 등장하면 그냥 편하게 보면 된다. 퇴근하고 아무 생각 없이 두 시간 제대로 즐기고 싶은 날에는 세 작품 중 1순위다.
세 편 중 하나만 고른다면?
세 작품은 재미의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음산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좋아하면 <파묘>, 숨 막히는 긴장감과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싶다면 <서울의 봄>, 스트레스 받은 날 시원하게 즐기고 싶다면 <범죄도시4>를 추천한다.
내 취향으로 딱 하나만 다시 보라고 하면 <서울의 봄>을 고르겠다. 그런데 밤 11시에 “영화 한 편만 보고 자야지” 하는 상황이라면 <파묘>를 틀 것 같다. 그리고 회사에서 기 빨리고 집에 온 금요일이면 고민 없이 <범죄도시4>다. 결국 세 작품 모두 필요한 날이 따로 있다.
그리고 이 세 작품이 재미있는 건 단순히 흥행만 잘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파묘>, <서울의 봄>, <범죄도시> 시리즈는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인상적으로 본 한국영화’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나같은 경우는 세 작품을 적어도 2번 이상씩 본 것 같다. <파묘>는 결말을 찾아보는 재미 때문에 가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