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TT를 오래 보다 보면 이상한 능력이 생긴다.
썸네일과 줄거리만 봐도 대충 감이 온다.
“아, 이건 20분 보다가 휴대폰 보겠구나.”
액션 영화는 특히 심하다. 총 쏘고 차 뒤집히고 건물 터지는데 이상하게 졸린 영화가 있다. 돈은 분명 많이 썼는데 내 심박수는 평온하다.
그래서 오늘은 넷플릭스 액션 영화 세 편을 골라봤다. 세 작품 모두 직접 취향을 따져볼 만한 영화지만, 무조건 세 편 다 명작이라고 우기지는 않겠다.
하나는 정말 추천하고, 하나는 편하게 보기 좋고, 하나는… 추천이라기보다 내가 대신 먼저 맞아보고 알려주는 쪽에 가깝다.
익스트랙션 2 (2023) - 액션 영화 보려고 넷플릭스 켰다면 이거다
<익스트랙션 2>는 스토리보다 액션 때문에 기억에 남는 영화다.
크리스 헴스워스가 연기하는 타일러 레이크가 감옥에 갇힌 가족을 구출하는 임무를 맡는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특별할 건 없다.
그런데 작전이 시작되는 순간 영화가 갑자기 미쳐 돌아간다.
특히 감옥 탈출 장면은 정말 좋다. 격투하다가 총격전으로 넘어가고, 차를 타고 도망가다가 다시 싸우고, 열차까지 등장한다. 그런데 이걸 카메라가 거의 한 호흡처럼 따라간다.
액션을 보다가 처음으로 든 생각이 “와, 멋있다”보다 “카메라 감독님 오늘 퇴근은 하셨나?”였다.
이 영화의 장점은 확실하다.
쓸데없이 어려운 척하지 않는다.
악당이 있고, 구해야 할 사람이 있고, 크리스 헴스워스가 있다. 그다음부터는 몸으로 해결한다.
물론 이야기가 깊지는 않다.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서사에서 엄청난 걸 기대하면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액션 영화에 이런 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머리 쓰고 와서 넷플릭스를 켰는데 영화까지 나한테 인간의 본질을 질문하면 좀 피곤하다.
그냥 시원하게 두 시간 보내고 싶은 날이라면 <익스트랙션 2>는 꽤 강하게 추천한다.
무도실무관 (2024) -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던 김우빈 액션
<무도실무관>은 제목 때문에 처음에는 손이 잘 안 갈 수 있다.
나도 제목만 놓고 보면 무슨 직업인지부터 감이 안 온다.
영화는 태권도, 검도, 유도 도합 9단인 이정도(김우빈)가 보호관찰관 김선민(김성균)을 만나 무도실무관으로 일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전자발찌 대상자를 관리하고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직접 현장에 출동하는 직업이다.
이 설정이 생각보다 신선하다.
그리고 김우빈의 액션이 꽤 잘 어울린다.
체격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화려하게 붕붕 날아다니는 액션보다 상대를 잡고 넘기거나 제대로 때리는 장면에서 타격감이 산다. 실제로 김우빈은 촬영을 위해 체중을 늘리고 태권도·유도·검도를 따로 훈련했다고 한다.
초반 분위기는 꽤 가볍다. 그래서 “아, 김우빈표 편한 액션 코미디구나” 하고 보고 있었는데 중후반부터 생각보다 분위기가 어두워진다.
여기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범죄 묘사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후반부에는 솔직히 “여기서는 일단 경찰을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순간도 있다.
재미있는 건 실제 관객평에도 비슷한 반응이 꽤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작품 자체에 대한 반응은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다.
완성도가 엄청난 액션 명작까지는 아니지만 OTT용 영화로 놓고 보면 만족도가 높았다.
복잡한 설정 없이 한국 액션 영화 한 편 편하게 보고 싶은 날이면 충분히 추천할 수 있다.
올드 가드 2 (2025) - 샤를리즈 테론도 이건 구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올드 가드 2>.
이건 좀 솔직하게 이야기해야겠다.
1편을 재미있게 봤다면 당연히 기대할 만하다.
불멸의 전사라는 설정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샤를리즈 테론에 우마 서먼까지 나온다.
이 조합을 보고 어떻게 안 누르나.
문제는 눌러본 다음이다.
샤를리즈 테론은 여전히 멋있다. 액션도 기본 이상은 한다. 특히 앤디와 꾸인의 관계는 이번 작품에서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문제다.
새로운 설정과 인물을 계속 넣는데 정작 이야기가 시원하게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부족하다. 결정적으로 결말까지 가면 영화 한 편을 제대로 끝냈다기보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를 두 시간 동안 본 느낌이 강하다.
실제로 관객평도 상당히 좋지 않다. 국내 리뷰 집계에서는 2점대 초반이고, 전편보다 늘어진 전개와 미완성에 가까운 결말을 지적하는 반응이 많다.
나도 이 작품을 액션 영화 입문자에게 먼저 추천하진 않겠다.
다만 1편을 재미있게 봤고 이 세계관이 궁금하다면 볼 이유는 있다.
샤를리즈 테론은 여전히 샤를리즈 테론이다.
하지만 배우 혼자 영화를 업고 뛰기에는 불멸의 전사도 허리가 아플 것 같다.
오늘 딱 한 편만 고른다면?
세 편 중 하나만 고르라면 고민 없이 <익스트랙션 2>다.
액션을 보고 싶어서 영화를 골랐는데 액션 때문에 만족하는 영화다. 당연한 말 같지만 의외로 이 기본을 못 하는 작품이 많다.
조금 가볍고 한국적인 액션을 원한다면 <무도실무관>도 좋다.
<올드 가드 2>는 1편을 본 사람에게만 권하겠다. 1편도 안 봤는데 굳이 2편부터 시작할 이유는 없다.
정리하면,
화끈하게 가자 → 익스트랙션 2
편하게 가자 → 무도실무관
나는 이미 1편을 봤다 → 올드 가드 2
개인적으로 금요일 밤이라면 <익스트랙션 2>를 틀겠다.
그리고 배달 하나 시킨다. 나는 내 최애 푸라닭 고추마요로...

